양수오의 봉우리들
봉우리에 오르다.
새벽 산책길에서 보아둔 산으로 간다. 재래시장을 지나며 1원짜리 왕만두 몇 개를 사고 언젠가 걸어 본 듯한 숲길을 따라가니 뾰족한 봉우리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중국인들에게만 개방된 공원은 아닐 터인데 외국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양수오는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강, 암벽등반하기에 좋은 산들 때문에 서양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한가한 공원에 조용한 등산로를 우리 식구들만 오른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양수오의 산들과 작은 도시가 아름답다. 깃발을 따라 몰려다니지 않는다면 이 좋은 것들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양수오에서 처음 본 광경인데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은 깃발을 따라 줄을 지어 다닌다.)
수남이의 일기- 아침을 먹고 아침산책을 했다. 우리는 아침마다 공원에 간다. 운동을 하고 산에 올라갔다. 산꼭대기에 올라오니 상쾌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마을이 다 보였다. 마을 구경을 하고 나 먼저 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와 동생들이 안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서 데리고 공원으로 왔더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다음에 또 와야지.
적은 돈으로 여행하기.
며칠간 고생을 하고 장염이 나아간다. 상묵형이 주신 약과 진아, 정수가 남긴 약을 먹어서인지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다. 기운도 차릴겸 조선족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웠다는 집에 들러 한국음식과 비슷한 김치국물 국수와 오므라이스 두 개, 김치찌개를 49원에 먹었다. 한 끼 식사로 한국돈 9,000원 가량의 목돈?을 쓰기는 했지만 먹고 나니 속이 편하다.
양수오에서 우리 식구들은 중국에서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첫째는 흥정을 잘 하는 것이다. 버스를 탈 때나 물건을 살 때는 우선 중국 사람들이 얼마를 내는지 잘 살펴본다. 그리고는 주인이 제시한 금액에서 얼마를 깎는다. 두 번째는 중국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는 밥을 먹지도, 물건을 사지도 않는다.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중국 사람들이 이용하는 값싼 식당들이 즐비하다. 물론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많다. 하지만 1인분에 100원에서 200원 하는 금액이니 우리가 먹는 중국음식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돈이다. 우리는 아침 식사도 중국 사람들과 똑같이 한다.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면 1원짜리 왕만두와 1.5원 하는 신선한 콩물을 구할 수 있다. 어른에게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충분하다. 좀 부족하다 싶으면 시장에서 값싼 제철 과일을 사먹으면 된다. 이렇게 생활하면 하루에 20,000원에서 25,000원 가량을 쓰게 된다. 이만하면 떠나올 때 생각했던 대로 중국에서 세 달을 여유롭게 살아낼 수 있겠다.
비가 오고 해가 뜨고, 세외도원으로 가는 길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먼 길을 걷는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니! 시내를 벗어나 시골 길로 들어서고부터는 어느 것 하나에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불쑥 불쑥 솟아오른 각기 다른 모양의 봉우리들, 띄엄띄엄 나타나는 아담하고 예쁜 집들, 돌담에 피어난 꽃들, 우물물을 퍼 올리는 작두, 괭이 한 자루로 농사일을 하는 늙은 농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는 아이, 우물물을 길어 아이를 씻기는 할머니, 어린 시절 정겨운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감동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담아 놓고 보고 또 봐야겠다. 길이 너무 멀어 좋은 경치만 즐기다가 숙소로 왔다. 세외도원에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야겠다.
요즘은 매일 두어 시간 정도는 비가 내린다. 봄을 부르는 비다. 양수오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닌다. 꽃들이 피어 있고 나뭇잎들도 푸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아직 겨울이다. 리강 상류에는 비가 맣이 왔나 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산책하던 길에 물이 차올랐다. 아이들은 무릎까지 차오른 강가 산책로에서 물놀이를 한다. 물싸움으로 가볍게 시작한 물놀이는 물 위를 달리는 놀이로 번지더니 깊은 물에 몸을 담그고, 주저앉아 놀다가 또 달린다. 우연히 발견한 다슬기가 물놀이를 멈추게 하고 빨라진 물살을 피해 느릿느릿 물가로 올라온 다슬기를 잡는 놀이로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