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에 가다.
샹그릴라!
천길 낭떠러지 곁으로 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협곡을 오른다. 고원에서 고원으로 오르는 길이다. 산등성이를 넘을 때마다 말과 염소 무리가 다르게 나타나더니 드디어 야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4,000미터 고원에서 야크떼가 산등성이를 뜯어 먹으며 어슬렁거린다. 내리막길로 한참을 달리니 평야가 나타난다. 평화의 땅 샹그릴라! 가끔 나타나는 장족의 전통가옥은 1미터 가량 되는 두터운 흙벽과 웅장한 목구조로 되어 있다. 집 주변으로는 널찍이 울타리가 쳐져 있고 울타리 안에는 말, 염소, 양, 야크, 돼지가 평화롭게 놀고 있다. 양수오에서 만난 티벳 친구의 집을 찾아가려 했지만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여느 때처럼 값이 싼 객잔을 찾아 나선다. 진아 또래 아이가 놀고 있는 객잔에 들어가서 숙박비를 흥정하니 70원까지 깎아준다. 고마운 마음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장족들이 드나드는 시장통에서 돌솥밥 두 그릇으로 저녁을 먹고 객잔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수호고성 식당에서 전화가 왔다. 여권이 든 가방을 찾았다는 반가운 전화다. 그런데 경찰서에 사례비로 중국 돈으로 2,000원을 줘야 찾을 수 있으니 찾을지 말지를 결정하란다. 그 정도 돈이 든다면 못 찾겠다고, 500원 정도는 사례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전화를 끊어버린다.무서운 사람이다. 백두산으로 가려면 어차피 왔던 길을 내려가야 한다. 가는 길에 리장 경찰서에 들려 직접 찾아봐야겠다. 말만 보면 태워 달라고 떼를 쓰는 진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말을 탄다.
나파하이 바다에 가다.
오늘은 어디 가서 놀까 궁리하다가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다. 해발 4,000미터 고원에 바다가 있다니!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아빠를 따라 나선다. 덜컹이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바다에 도착했다. 풀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초원에 들어서니 야크, 돼지, 말, 염소가 반긴다. 돼지는 물기가 있는 진흙 주변에, 말은 물이 흐르기 시작한 도랑 옆에, 야크와 염소는 초원 여기저기에 무리 지어 놀고 있다. 누구 하나 서로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한없는 평화가 여기에 있구나.
봄이 오면 풀이 자라나 짐승을 살찌우고, 우기가 되면 물이 차올라 풀들을 녹여 땅을 기름지게 하고, 우기가 지나면 물이 빠지고 다시 풀이 자라나 바다가 된다. 여러 종류의 짐승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의 바다, 연둣빛 새싹의 바다, 눈 녹은 물이 도랑에 흐르고 초원에 물이 차오르는 우기의 바다, 다시 초록빛 바다, 가을빛 바다로 모습을 바꾸는 신비의 바다다.
아이들은 말만 보면 태워 달라고 난리다. 아직 여행할 곳이 많이 남았고 돈을 아껴 쓰지 않으면 집에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진아와 정수는 막무가내다. 다행히 친절한 중국 아가씨들을 만나 공짜로 말을 태워줬다.
아이들과 바다를 건너다가 뼈만 남아 누워 있는 야크를 만났다. 언제부터 여기에 누워 있었을까? 설산을 바라보며 하얀 뼈로 남아 바다에 누워 있는 야크, 독수리가 뜯어 먹고, 벌레들이 갉아 먹고, 바람이 씻어준 하이얀 벼. 수남이가 친구들 준다며 하도 조르는 바람에 야크 이빨 몇 개를 뽑아 왔다. 미안하다, 야크야!
수남이의 일기- 야크 이빨을 찾은 이야기를 해줄까? 자, 시작한다. 잘 들어! 점심이 지난 후 버스를 타고 야크를 구경하러 갔다. 처음엔 말을 타고 말을 탄 다음엔 걸었다. 조금 걸어가는데 야크뼈가 누워 있었다. 그래서 이빨을 뽑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목걸이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