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벼운 하루

김길수 2024. 4. 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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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을 아예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평온하다. 아파트 주변에는 맛있는 식당과 꼬치집이며 과일가게가 있다. 오늘부터는 이 동네 사람으로 살아봐야지. 만두와 빵, 방울토마토로 아침을 먹고 파인애플 10원어치 사들고 공원에 간다.

  물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나무그늘과 정자가 있는 강가 공원에서 나른한 시간을 보낸다. 과일 먹고 차 마시고 음악 듣고 낮잠이나 한숨 자고 아이들은 한가한 공원에서 뒹굴고 하니 사는 것이 이 정도면 됐지 별 것 있겠나 싶다.

  해질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어제 그 식당에서 30원어치 밥을 시켜 먹으면 오늘도 하루가 간다. 중국에서는 어딜 가나 한국 돈 5,000원 정도면 맛있고 푸짐한 밥을 먹을 수 있다. 식당 주인은 우리가 몇 인분을 시키든 친절하다. 

  온 식구가 꼬치구이 하나씩 입에 물고 골목길을 걷는데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웃는 얼굴로 반기신다. 매일 아침 토마토 5원어치, 오전 산책길에 포도나 파인애플 10원어치, 저녁 후식으로 5원어치 과일, 값도 싸고 다양한 과일 덕에 하루하루가 좋고 좋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 여기에 와 있나! 지나온 여행길, 골목길을 되돌아보니 친절한 과일가게 아주머니의 환한 웃음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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