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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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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을 따라 남해로 달린다. 나에게는 어릴적부터 되풀이해 꾸는 꿈이 하나 있다. 아무도 없는 외로운 계단을 내려가면 문이 하나 나타난다. 아이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너른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나비들이 난다. 낮게 자란 풀잎들은 봄바람에 조용히 춤을 추고 민들레 홀씨는 하늘로 날아올라 음악을 만든다. 부드러운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빛나는 태양도, 파란 하늘도 없지만 밝고 따뜻한 하늘이다. 따스한 바람은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나를 어루만지고 마음 깊은 곳에 들어와 앉는다. 

  내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을 만나 외롭고 쓸쓸할 때면 언제나 이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베게는 젖어 있었지만 마음은 평화로웠다. 같은 꿈을 여러 번 꾸다보니 어느 때부터인가는 눈만 감으면 그 꿈이 현실로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봄바람이 부는 꿈을 찾아간다. 

  바람을 따라 내려온 남해에는 봄이 먼저 와 있다. 여기저기 봄을 알리는 꽃이 피어 우리 가족을 반긴다. 봄 소풍을 나온 기분으로 소쿠리를 챙겨 온 식구가 양지바른 산비탈로 향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비탈 밭에는 냉이가 지천이다. 온 가족이 숟가락과 나뭇가지로 봄을 캐고 있다. 느리고 느리게 놀면서 오늘 먹을 양식만을 준비한다. 많이 캔다고 한들 어디 저장해둘 곳도 없고 내일면 또 다른 싱싱한 봄나물을 먹을 수 있다. 자연이 베풀어 준 것들을 우리가 쌓아두는 것도 옳지 않다. 그저 적당히 먹을 것만 거두고 고마워하고 행복을 누리면 그만이다.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것은 함께할 시간과 사랑이고 없는 것은 돈이다. 돈이야 필요하면 조금씩 벌면 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한들 가족이 함께 하는 이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은 겨울을 난 무당벌레와 친구가 되어 놀기도 하고 마냥 즐겁다. 

  비탈밭 가장자리에는 때 이른 매화가 피어 있다. 봄을 찾아오지 않고 그냥 머물러 있었더라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매화가 활짝 피어 있다. 매화도 몇 가지 꺾고, 냉이 한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다. 어릴적 꿈으로 들어와 있다. 오늘 점심은 바닷가 소나무 숲 잔디밭에 자연이 준 선물로 차려졌다. 냉이 된장국에 냉이전, 냉이튀김, 후식으로는 매화 냉이차를 준비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놓치고 갔을지도 모를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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