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여행자로 살기 위해 목수가 되었나?

728x90
반응형

  돈이 떨어지고 일거리가 들어왔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신용카드를 없애버렸다. 여행을 하면서 드는 돈은 여행지에서 벌어가며 살아가기로 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살고 없으면 안 쓰면 된다. 여행을 멈추고 일거리를 구해 돈이 생기면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일을 하면서 멈춰 있는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중요한 공부다. 새로운 만남은 어떤 형태로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목수일이 있으면 목수일을 하고 농사철에는 농사일을 거들고 받는 돈으로도 우리 가족이 먹고 살기에는 충분하다. 목수일은 다른 직업에 비해 일을 구하기도 쉽고 보수도 좋다. 자연학교에 대한 꿈을 꾸다가 자연스레 목수가 되었고 꿈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목수가 되게 해준 그 인연은 참 감사한 일이다. 

  나무를 다루는 일은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다른 나무를 다루고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니 다 다른 물건을 만든다. 나무의 종류가 다르고 성질이 다르다. 새로운 나무를 만나면 우선 나무를 읽는다. 나무의 종류, 나뭇결의 방향, 가지가 뻗어나갔던 자리, 건조상태 등을 읽어내고 쓸모와 맞춰 본다. 나무가 쓰임과 맞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 나무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 나무마다 결이 다르고, 뒤틀림이 다르고, 갈라지는 성질이 다르고,단단한 정도가 다르고, 냄새도 다르고 다 다르다. 오동나무와 참나무와 소나무를 같은 물건을 만드는 데 쓸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 자기 자리가 있다. 

  여행을 시작하고 하는 첫 작업을 가족과 함께한다. 일을 하러 먼 길을 떠날 때면 언제나 마음이 무거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움직이는 집이 일터에 있고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가 일하는 동안 산책을 하거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쉴 때는 잠깐씩 같이 놀기도 하고 점심도 일터에서 같이 먹는다. 아직 농사일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면 재미있겠다. 다섯 식구가 함께 일을 하고 한 사람 몫의 일당을 받으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농사일도 하나의 공부가 되고 아빠와 하는 재미난 놀이가 될 것이다. 아빠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민정이가 오빠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기계소리도 민정이 낮잠을 깨우지 못한다. 아빠를 닮은 민정이는 어디에서나 잠을 잘 잔다.

  가족과 함께 즐겁게 일을 하고 일당을 받았다. 이 돈이면 일주일 동안은 넉넉히 살 수 있겠다. 여행을 떠나면서 정기적금도 이런 저런 보험도 모두 해약해 버렸다. 우리가 정작 들어야 할 보험은 오늘의 행복에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힘들어 하면서 보험을 들 이유는 없다. 

  현실을 힘겨워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고 행복해야 할 오늘과 미래마저도 잡아먹는다. 아이들에게 들어줘야 할 보험 또한 대학등록금이 아니라 스스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줄 필요도, 특별한 과외를 시킬 필요도 없다. 자연은 그자체가 최고의 놀이터이고 장난감이고 선생님이다. 또한 늘 함께 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계곡, 강과 바다, 들판은 늘 좋은 음식을 제공해 준다. 집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없다. 움직이는 집은 정말이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자유를 주었다.

728x90
반응형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동해안 일주  (30) 2024.01.17
제주도에서 뱅글뱅글  (25) 2024.01.17
바다를 바라보다. 적막 그리고 가족!  (0) 2024.01.16
봄을 찾아서  (24) 2024.01.16
어디로 갈까나? 고향에서  (0)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