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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외도원과 묘족마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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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외도원에 가다.

  양수오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세외도원에 간다. 서울김밥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새벽시장에 나가 과일도 샀다. 세외도원에 대한 기대가 커서였을까? 출발부터가 쉽지 않다. 식구들을 한꺼번에 태우려고 빌렸던 세발 짐자전거는 축이 휘어 있어 앞으로 반듯하게 움직이지 않아 반납하고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자전거 두 대를 다시 빌렸다. 수남이는 자전거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탈 수 없다며 울고불고 난리다.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 자전거 타기를 배운다. "수남아! 크고 무거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균형을 잡고 눈은 멀리 보고 달리면 자전거 타기는 쉽게 배울 수 있어. 아빠하고 냇가에서 돌세우기 했던 거 기억 나지? 아무리 무겁고 뾰족한 돌도 균형만 잘 잡으면 넘어지지 않아. 자, 무서워하지 말고 해 보자!" 몇 번의 도전으로 수남이는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동생도 태우고 달린다. 무서워하지 않고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공부한 날이다. 몸으로 배운 것들은 잊혀지지 않으니 더욱 소중한 경험이다.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자전거를 달려 겨우 세외도원에 도착했다. 양수오 서가에서 도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가족은 우리밖에 없다.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좀 힘든 트레킹 코스다. 조용히 굽이돌아 흐르는 강물과 오래된 집들이 아름답다. 수남이는 정수를 태우고 아빠는 엄마와 민정이 진아를 태우고 힘들게 지나온 길들을 생각하니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외도원에서 전통생활방식을 보여주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양수오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 우리 가족에게 호스테 주인과 친구들이 저녁 만찬을 준비해 줬다. 집에서 먹는 중국음식은 이렇게 맛있구나! 고맙고도 고마운 친구들이다. 중국 친구의 안내로 장예모 감독의 '인상 위삼저' 공연도 보고 바쁘고 고맙고 행복한 하루가 간다. 내일이면 양수오를 떠나 귀양(꾸이양)으로 간다. 

  수남이의 일기- 앛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전거를 빌렸다. 오늘은 세외도원에 가는 날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니까 신이 났다. 나는 1인용 자전거를 타고 갔다. 가서 배도 타고 베 짜는 것도 구경하고 저녁에는 공연도 봤다. 다음에도 이렇게 신나는 하루가 있을까?

          귀양으로 가다가 묘족마을로

  여느 아침처럼 새벽 산책에 나선다. 밤새 흥청거리던 식당가를 지나고 관광지와 현지인들의 생활공간을 가르는 큰 길을 건너 매일 아침 들르는 만두가게로 간다. 만두 몇 개를사고 가게 주인에게 그동안 고마웠고 우리는 오늘 떠난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새벽시장과 빵집에 들러 기차 안에서 먹을 과일과 빵을 사는데 비가 내린다. 양수오에 내리는 새벽비를 자주 만나기는 했지만 양수오를 떠나며 맞는 비는 특별하다. 떠나는 우리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일찍 일어난 집주인과, 우리 아이들을 무척이나 예뻐해 주시던 한량 아저씨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제법 굵어진 빗속을 헤치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기차시간이 빠듯하다. 기차표를 사고 가방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길어 잰걸음으로 기차에 오른다.(중국 도시의 기차역에서는 공항에서처럼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시끌벅적한 좌석칸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중국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열차 승무원들까지 모여들어 뭐라 뭐라 하는데 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쩔쩔매고 있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젊은 친구가 다가와 통역을 해준다. "외국인이 먼 거리를 가는데 침대칸에 타지 않고 왜 좌석칸에 탔는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기차표는 어른 두 장, 아이 두 장만 샀느냐?"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라서 좀 힘들어도 값이 싼 좌석칸을 이용한다. 그리고 중국 기차요금 규칙이 어린이는 키가 150센티 이하는 반값이고 120센티 이하는 무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대답했더니 아이들을 기차 연결부위에 있는 키 재는 곳으로 데려가 확인을 한다. 실랑이가 끝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다. 또 아이들을 넷이나 데리고 있는 가족도 없다. 아이들이 많은 우리 가족이 신기한지 사람들이 모여들어 웃고 떠들고 논다. 중국기차는 좌석칸이 재미있다. 고마운 마음에 중국 청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가족은 귀양에 가서 묘족마을을 방문하고 싶다 하니 청년의 어머니가 묘족이고 며칠 후에 사촌 여동생이 전통혼례를 치른다고 한다. 준비된 인연이다 싶어 관심을 보였더니 깊은 산중이고 단조로운 생활에 불편한 집인데 괜찮다면 자기 동네에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그나저나 중국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한가로운 시골생활이 그립기도 하고 잘 된 인연이다 싶어 흔쾌히 따라나선다.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작은 도시 두인에 내려 하룻밤을 잤다. 아침 산책에서 만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은 우리 어릴적 학교앞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아이들은 과자 한 봉지씩을 들고 즐거워한다. 작은 버스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오래 달려 산골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중간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주변으로 계단식 논들이 있고 야트막한 산비탈에는 밭이 있다. 묘족 전통가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산골마을이다. 논을 가는 어미소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송아지, 참중나무 순을 따는 아낙, 멋진 풍경이 그림처럼 펼져진다. 민들레 홀씨 날리는 봄날에 왔다. 내가 그리던 고향이 여기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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