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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로하(이슬강 아랫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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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단둥까지는 버스로 하루에 이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버스 터미널에서 노선표를 보다가 단둥과 중간 지점이고 이름이 예쁜 하로하(이슬강 아랫마을)로 가기로 한다.

일줄일간 정이 든 여관 주인은 삶은 달걀과 생수 7병을 싸 주셨다 털털거리는 나이 먹은 버스는 압록강을 따라 내려간다.

압록으로 모여드는 샛강을 만나기도 하고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하로하에 도착한다.

꾸물거리는 날씨에 묵을 곳을 찾는데 방이 없다. 워낙 작은 마을인데다가 여관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 외국인을 받지 못하게 한다.

하루 밤 묵을 곳을 찾아 작은 마을을 돌고 있으니 기숙학교 학생들이며 동네 주민들 시선이 집중된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간 식당에 조선족 아주머니가 있어 부탁을 해보지만 헛일이다. 

식당을 나서니 해는 저물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디 비라도 피할 헛간이나 처마 밑이라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작은 교회를 만났다.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있던 조선족 아저씨를 만나 부탁을 하니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고, 이것저것 물어보시고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따뜻하게 맞아 주신다.

하로하에서도 고마운 인연을 만났다. 

아침은 어찌하느냐 물으시고 중국 사람들처럼 먹는다고 대답하니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신다.

가마솥에 따뜻하게 데운 물로 아이들 발을 씻기고 있는데 신도 몇 분과 아저씨가 장을 봐서 들어오신다.

손에는 딸기와 천도복숭아 봉지가 들려 있다.

며칠 전 부터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비싸서 사주지 못했던 과일들이다. 정성스레 씻어서 내어주시며 천천히 많이 먹으라 하신다. 금새 따뜻해진 구들방에서 맛있는 과일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고맙고도 고마운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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