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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무서운 베이징 그리고 장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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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베이징

16시간 밤샘기차를 타고 아침에 도착한 베이징역,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호객꾼들이 들러붙는다.

자기들끼리 우리 가족을 가리키며 "바이 치아오지엔, 바이 치아오지엔" 하며 떠든다. 

북조선 사람이냐는 물음이다. 요즘은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이도 국적도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그렇다고 수긍한다.

베이징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가족을 탈북자로 본다. 

큰 딸과 손자 손녀를 데리고 탈북한 가족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돈으로 보이는지 몽골대사관에 가려면 어찌해야 하냐고 물으니 택시나 밴을 타라 하는데 기사들이 부르는 값이 만만치 않다. 기본요금이 10원인데 60원에서 2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단둥에서 미리 적어 온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으니 걸어서 찾아가기로 한다. 길을 물어물어 한 시간 가량 걸려 대사관을 찾았다. 바쁘고, 시끄럽고, 부자들의 도시 베이징! 차라리 호객꾼들의 거짓 친절이 없었으면 더 빨리 편안하게 대사관을 찾았겠다. 

오전에만 접수를 받는 대사관에 11시 45분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나니 비자 발급일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돈으로 보이는 무서운 도시에서 머물 수 없어 만리장성이 있는 작은 도시 장가구로 간다.

장가구

새벽 2시 20분에 도착한 장가구역, 호객꾼을 따라 40원짜리 여인숙에 짐을 풀고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뉘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좀 더 깨끗한 숙소를 찾기 위해 북부 기차역으로 움직여 숙소를 찾으려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우리 가족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

50원이면 공동화장실과 샤워장이 있는 깨끗한 여관에 묵을 수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신고서류 작성이 귀찮다는 이유로 가는 곳마다 박대다.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많이 보이는데 값비싼 호텔에 머물지 못하는 가난한 나그네는 환영받지 못한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출발했던, 철거 직전의 허름한 여인숙으로 돌아와 곤한 몸을 다시 뉘인다. 어제와 같이!

개발로부터 밀려난 도심 외곽 허름한 여인숙만이 우리 가족을 받아주었다. 아무리 불편하고 허름하더라도 집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아들과 딸에게 장가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오늘부터 몽골 비자가 나올 때까지는 이곳이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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